2012.10.08, 더사이언스

30년 수명의 첨단 조명기구…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로도 각광

1962년 10월 9일.

미국 제네럴일렉트로닉스(GE) 연구원 ‘닉 홀로냑’은 신기술 개발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 앞에서 손가락 두 마디만한 작은 전구 하나를 꺼내 스위치를 눌렀다. 불그스름한 빛이 손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백열전구’만 보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홀로냑은 “앞으로 모든 백열전구는 LED로 바뀔 것”이라고 확신했다.

LED(발광다이오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된 순간이었다.

‘미래형 전구’ LED가 태어난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LED 기술은 조명장치를 넘어 디스플레이 소자로 활용되는 등 첨단 광학(光學) 기술의 상징이 됐다.

●전기요금 10%에 수명은 30년

LED는 쉽게 말하면 빛이 나는 반도체 물질이다. 컴퓨터 회로를 만들 때 쓰는 반도체와 다르지 않다. 이런 물질을 두 개 맞붙여 전기를 연결하면 빛이 난다. 빛의 색깔은 반도체의 재료에 따라 달라지는데, 닉 홀로냑은 ‘갈륨비소’란 물질로 붉은 빛을 냈다.

조명시장에서 LED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93년 이후부터다. 일본 나치아 화학공업의 나카무라 슈지 연구원이 ‘질화갈륨’이란 물질을 써서 고성능 푸른색 LED 개발했다. 그리고 여기에 형광물질을 섞어 흰색 빛을 만들어 조명용 LED를 만들어 팔았다.

LED를 이용한 조명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프랑스 시장조사 기업인 ‘욜 디벨로프먼트’에 따르면 올해 LED조명 매출액이 114억 달러(약 12조 6500억 원) 수준이고, 2018년에는 170억 달러(약 18조 8700억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LED시장은 앞으로도 급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닉 홀로냑의 말처럼 십 수년 안에 대부분의 조명이 LED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100조 원에 달하는 세계 조명시장을 거의 다 대체할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전기사용량이 백열전구의 10분의 1이하이고, 수명은 수십 배에 달하기 때문에 이런 전망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사용시간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말 독일의 LED전문기업 ‘레도(ledo)’는 LED전구의 최대사용시간을 보통 4만~5만 시간 정도이던 것을 8만 시간까지 늘린 제품을 내놓았다. 하루 8시간씩 전기를 켜도 30년 가까이 쓸 수 있어서 사실상 교환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대형 특수조명 시장도 잠식할 듯

LED는 일반 조명장치를 넘어서서 가로등,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등 특수 조명으로도 많이 쓰인다. 빛이 강하고 직진성이 높아서 특정부분을 밝게 비추는데 적합하기 때문.

문제는 대형화하기 까다롭다는 것.

자유자재로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전구가격이 싸기 때문에 운동경기장이나 공연장 등에서 쓰는 대형 특수조명은 아직도 백열전구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LED의 광량(光量)을 높이거나, 생산단가를 낮추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 대형 LED 제작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갖고 있는 국내 반도체 전문기업 ‘크레오위즈텍’의 김신호 사장은 “지금까지는 LED로 대형 램프를 만들려면 먼저 작은 LED 칩을 수십 개 만들어 이어 붙이는 방법을 썼다”며 “원재료 판(웨이퍼) 전체를 한꺼번에 발광(發光) 소자로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을 쓰면 10단계 이상의 제작공정을 거치던 LED 대형조명을 4단계 만에 만들 수 있어 대형 LED램프의 가격이 절반까지 떨어진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

미래에는 LED가 조명장치를 넘어서서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로도 쓰일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LED 모니터’가 판매되고 있지만 이 제품은 모니터 화면 뒤쪽에서 빛을 비춰주는 ‘백라이트’로 LED를 사용한다. 형광등을 대신 LED를 넣어 얇게 만든 것이다.

산업계에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LED만으로 디스플레이 장치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LED를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만들어 얇은 판 위에 수 만개 이상 촘촘히 심으면 모니터처럼 쓸 수 있다. 이미 건물 옥상 등에 설치된 대형 TV 등은 모두 LED로 만들고 있다. 이런 LED 디스플레이를 소형화 해 각종 모니터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진 기술적인 한계로 대형 모니터는 어렵고 스마트폰 액정 크기 정도의 화면만 만들 수 있다.

이 숙제를 해결하려면 현재 한 가지 색깔밖에 내지 못하는 LED가 모든 색을 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1월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팀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총천연색 LED’ 기술이 꼽힌다. 지난 해 까진 독일과 일본 정도만 갖고 있던 첨단기술로, 국내 연구성과가 한층 진일보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ED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이유는 최근 3D(3차원) 영상이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3차원 영상을 만들려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으로 보는 화면을 교대로 보여 주어야 하므로 화면의 깜빡임이 심해진다. 그만큼 지금까지보다 훨씬 밝은 영상이 필요하다. LED는 현재 쓰이고 있는 액정화면(LCD) 방식이나 오엘이디(OLED) 방식에 비해 훨씬 밝은 것이 장점이다.

그렇지만 김성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 팀장은 “LED는 OLED에 비해 1000배 이상 밝아 눈으로 직접 보려면 화면을 일부러 어둡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특수 목적의 모니터는 모르겠지만 TV는 좋은 기술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LED로 만들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LED는 빛이 밝아 일반 TV보다는 차라리 극장 영사기나 업무용 빔프로젝터로 만드는 편이 유리할 것”이라며 “관련 연구도 여러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승민 기자 enhanc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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