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7] "KAIST, ‘슈퍼렌즈’로 초미세 물체 관찰 성공" / 관련기사: [한겨레][동아사이언스][서울경제] 외 13건 / 관련자료: Physical Review Letters (2014)
2014.09.17 12:02
2014.09.17. 한겨레
카이스트 박용근 교수 연구팀이 슈퍼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1천만분의 1m(100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불꽃을 움직여 영문자 ‘NANO’를 일반 광학현미경으로 찍었을 때(위 사진)와 슈퍼렌즈로 찍었을 때(아래)의 영상. 카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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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광학현미경보다 해상도 3배 뛰어나…100㎚ 크기 물체 관측
국내 연구진이 세포 속 단백질처럼 너무 작아서 광학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는 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이미지를 페인트 스프레이를 이용한 ‘슈퍼렌즈’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 슈퍼렌즈는 기존 광학현미경보다 해상도가 3배 가량 뛰어나 초정밀 반도체 공정이나 세포 안 구조 관찰 등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물리학과 박용근·조용훈 교수 공동연구팀은 17일 빛의 회절한계 때문에 광학렌즈로는 볼 수 없었던 100나노미터 크기 이미지를 2차원으로 실시간 관찰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물리학계 최고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9일(현지시각)치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수백나노미터 크기의 구조물을 촬영하고 100나노미터 크기 점원에서 나오는 빛의 움직임을 촬영해 영문자로 ‘나노’(NANO)라는 글자의 선명한 영상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그림 참조) 박용근 교수는 연구의 의미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불빛을 쥐불놀이할 때처럼 연속적으로 움직여 글자를 만든 뒤 이를 촬영해 슈퍼렌즈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4월 박 교수 연구팀이 페인트 스프레이를 이용해 기존 광학렌즈보다 3배 가량 해상도가 뛰어난 ‘슈퍼렌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은 후속 연구다.
박용근 교수는 “개발된 기술은 광학 측정과 제어가 요구되는 모든 분야에서 핵심 기반기술로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살아 있는 세포의 구조를 촬영할 수 있어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슈퍼렌즈는 가시광선 파장 영역보다 작은 물질을 볼 수 없는 광학현미경의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전자현미경 등처럼 물체에 가공을 가하지 않고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광학현미경으로 물체를 관찰할 수 있는 것은 물체에서 나와 렌즈까지 온 빛을 굴절시켜 우리 망막에 맺히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00~700나노미터인 가시광선의 파장보다 작은 물체는 렌즈로 굴절시켜 상을 맺개 할 수 없어 광학현미경으로나 볼 수 없다. 전자현미경은 전자가 튀어나오는 것을 모아 상을 맺히도록 하는 원리로, 물체에 전자를 튀어나오게 하는 물질을 코팅해야 한다. 때문에 살아 있는 세포의 구조를 생생하게 찍을 수 없다.
우리가 광학현미경으로 아주 작은 나노크기 물체를 보지 못하는 것은 그 물체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주요정보가 담겨 있는 산란광이 광학현미경까지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공중에 떠 있는 먼지를 눈으로 볼 수 없지만 깜깜한 방에 빛을 쬐었을 때 먼지가 보이는 것처럼 느끼는 것은 먼지 주변의 산란광을 볼 수 있어서다.
박용근 교수 연구팀은 흔히 사용하는 스프레이로 산란이 심한 물질(페인트)을 뿌리고 이 물질 주변에 만들어지는 근접장(산란정보)을 제어해 페인트 층을 통과한 뒤 나올 때 초고해상도 초점을 형성하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소리에 비유하자면 늙어서 귀가 어두워지면 고주파 소리를 못 듣는 것과는 반대로 저주파의 경우 소리가 뭉뚱그려져 뭉개짐으로써 감지를 못하듯이, 빛의 산란광도 물체에서 멀리 가는 원격장과 가까이 머무는 근접장이 있으며 작은 물체의 경우 그 물체 주변에 근접장이 갇혀 뭉뚱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당구대에서 당구공을 특정한 방향으로 칠 경우 이리저리 튀다가 한 곳으로 빠져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빛의 위상(방향)을 조절함으로써 나노물체 주변의 산란광들이 순차적으로 전달되면서 에너지가 집적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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